조금 늦은 2024년 회고

나의 2024년은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4년 하반기에 시작한 취준은 실패했습니다. 정신없게 달려오다 보니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는 조금 지친 상태인데요,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생각을 정리할 겸 글을 써보려 합니다.

여수

23년은 전역의 해였죠. 군대에서 먹고 근무하고 자고를 반복하다 밖에 나와 두 학기 동안 전공 36학점을 들다 보니 12월에는 뻗어버렸고, 힐링을 목적으로 여수로 떠나게 됩니다. 1월부터 2월 초까지 여수에 있으면서 책, 외주, 걷기를 어느 때보다 많이 한 것 같네요. 중간중간 놀러 오는 여자친구, 대학 동기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윤슬노을

저는 군 생활을 부안군에 있는 의상봉에서 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살았다 보니 웬만한 풍경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요, 여수 끝자락의 향일암에서 본 풍경은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자취

23년 한 해는 약간의 방랑자 생활을 했습니다. 일정이 없을 때는 구파발에 있는 여자 친구의 집에 살았고, 서울캠퍼스로 등교할 때는 송파의 친척 집과 형 집에서 살았죠. 가끔은 저의 오랜 친구인 경록이의 집에서 놀며 외주를 같이하기도 했습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고, 하루에 세 시간가량을 통학에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첫 자취방은 정말 어리석게도 방을 보지 않고 사람들의 후기만으로 계약했는데요, 처음 입주했을 때 벽지가 아주 누렜고 청소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계약이 완료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집 주인분께서 도배를 새로 해주셨고, 이후 복날에는 삼계탕을 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형뽑기반려식물 탕탕이취미 책상 (커피머신, 책, 진공관 앰프)

처음 모현에 들어왔을 때 든 생각은 '자취하지 말걸'이었습니다. 훈련소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 혼자가 된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걸 아는지 제 동기 전희가 집에 많이 놀러 왔고, 같이 밤마다 인형을 뽑으러 다녔습니다.

여자친구 누리씨는 반려 식물 탕탕이를 선물해 줬어요. 매달 두 번 물을 줘야 하는 단순한 식물이라 아직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케아에서 구매한 워크 데스크에는 커피머신, 책, 진공관 앰프 등등이 널브러져 있는데요, 삶에서 빠져나간 에너지를 다시 채워주는 공간입니다.

학기와 졸업 준비

1학년 2학기를 휴학하고, 이중 전공을 서울캠퍼스에서 듣다 보니 시간표가 단단히 꼬였습니다. 🙃

1학기에는 12학점을 들었는데요, 사운드유엑스라는 기업과 캡스톤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 것이 생각나네요. 저희 팀에서는 AI를 이용한 음악 추천 서비스를 만들었고, 저는 웹 프론트엔드 구현을 맡았습니다.

사운드유엑스 메인 페이지사운드유엑스 검색 페이지

위는 저희가 개발한 페이지의 모습입니다. 결과가 나오는 프로세스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1. 사용자가 자연어로 상황을 입력
  2. 텍스트 감성분석을 통해 키워드 추출
  3. 추출된 키워드를 기반으로 가중치를 부여하여 상황에 맞는 음악 리스팅

감성분석은 ChatGPT API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API 호출 시 매번 프롬프트를 앞단에 붙여서 호출했는데, 가끔은 제시하지 않은 카테고리나 키워드를 추천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웹에서 키워드를 변경할 수 있도록 구현하였기 때문에 무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였지만, 입출력 예시를 생성하여 파인튜닝 했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네요.

사운드유엑스 대표님께서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어 네 차례 멘토링을 진행해 주셨지만, 기술적인 자문이 없어 개발 과정에서 검증이 어려웠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학교 AI 교육원에서 실습 비용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줄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실제로는 ChatGPT 지원이 불가능했고, ChatGPT API마저 제공받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2학기에는 남은 필수 교양 학점과 전공 학점을 채웠습니다. 15학점을 듣게 되어서 취업과 병행할 때 무리가 있었고, 시험과 채용 일정이 겹쳐 어쩔 수 없이 낮은 성적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총 평점에서 이전 학기보다 0.12점이 떨어진 상태로 수료를 하게 되었네요. 정말 슬픈 일입니다. 😢

취업

1학기가 끝난 후 2024 당근 SUMMERTECH 인턴십에 지원하였고, 과제 전형까지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과정을 이어갈 수 없었지만, 높은 경쟁률 속에서 서류 합격한 인원이 약 30명임을 확인하면서 저의 방향이 맞음을 확인했습니다. 과제 전형을 통과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요, ① seed-design 내부의 컴포넌트가 사내 패키지로 배포된 줄 모르고 가져다 사용하려다 시간 분배를 못 한 점. ② 컴포넌트 코드를 더럽게 짠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2학기에는 한화비전, 카카오모빌리티 등 약 10곳에 지원했지만 코딩테스트와 면접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컬쳐핏의 경우 회사와 지원자가 서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맞는 회사를 찾기 위해서는 면접을 많이 보는 것이 답임을 느꼈습니다.

한화비전 판교 사옥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명수당

면접을 보면서 배운 점도 있는데요, 프론트엔드 뿐 아니라 백엔드도 공부해서 최종적으로는 풀스택 개발자가 되어야 하겠다는 점, 면접까지 간 회사의 지원자는 대부분 중고 신입이었기 때문에, 인턴 경험이라도 하나씩 쌓아야겠다는 점이 있습니다. (한화비전 면접에서는 임원 면접의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지만, 저를 제외한 4명이 모두 1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중고 신입이었기에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진짜 안됐네요.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마치며

1년의 세월을 글 하나로 압축하려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많고, 실제로 글에 아쉬운 점만 작성한 것 같네요. 저는 2024년 한 해 정말 행복했고, 여러 활동을 하며 새로운 사람과 친해진 것도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만난 여자 친구와 새로운 곳에서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게 되는 발판이 되는 해였습니다.

저는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 생각입니다.